이제 중학교 1학년도 형사처벌…법조계 “피해자만 두텁게 보호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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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7. 오후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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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천·수원지검에 소년부 설치 추진…범죄 예방 프로그램 강화
“만 14세 유지 국제인권기준 권고, 국내선 법적 구속력 없고 형사미성년자 연령 다양”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과 이들의 범죄 사전예방 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 의견도 많아
법조계 “형사처벌 능사 아냐…무엇보다 교정·교화 중요, 초등부터 준법정신 함양 해야”
법무부.ⓒ연합뉴스
[데일리안 = 이수일 기자] 법무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하겠다고 밝히자, 법조계는 형사 처벌보다 이들에 대한 교정·교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14세 미만의 청소년이다. 형사 미성년자인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6일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등의 내용이 담긴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8일 부처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지 140일만이다.

그동안 촉법소년의 범죄가 갈수록 증가되다 보니 상한 연령 하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법원통계월보 기준으로 최근 5년(2017~2021년)간 촉법소년 처리건수는 7665건(2017년)에서 1만1007건(2021년)으로 43.6% 증가됐다.

정치권도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두 살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6월 한 장관의 촉법소년 연령 조정 검토 지시 후 법무부 내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TF’에서 구체적인 안을 준비해 왔다.

다만 정부의 공약과 다르게 만 13세 미만으로 결정됐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사회적 우려를 고려해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전과자 양산 우려에 대해선 대부분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로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 등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 처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 13세의 경우 정신적 미성숙으로 형사책임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형사정책상 필요성을 기준으로 한 정책 판단의 결과로 입법 재량에 속한다고 법무부는 반박했다. 또한 만 14세 미만 유지가 필요하다는 국제인권기준 권고와 관련해선 국내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다양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법무부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엔 소년 사건이 많은 인천·수원지검에 소년부(가칭) 설치 추진과 함께 교정·교화 효과가 크지 않은 벌금형 선고를 낮추기 위해 약식기소는 가급적 자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호관찰 부가처분 종류도 약물 전문 치료 기관 치료·재활 등으로 다양화하고, 전담 인력도 현행 228명에서 287명으로 증원한다. 교도소뿐만 아니라 미결수가 수용된 구치소에서도 성인범과 소년범을 분리할 계획이다. 추가 범죄에 물들 우려를 막으려는 조처다. 중·고등학생 소년원생들의 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부와 협업해 교육 콘텐츠도 강화하고, 수도권에 교화에 특화한 교육 환경을 갖춘 소년전담 교정시설도 마련한다.

청소년 범죄.ⓒ뉴시스
그러나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으로 인해 이들의 범죄를 사전예방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은) 어린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할 수 있다”며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해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고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소년법으로 대표되는 아동사법제도가 도입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는 무엇보다 교정·교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고 본다”면서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모두 입건하고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등학교부터 도덕 교육을 좀 더 강화하면서 준법정신을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시우 최재원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만 13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선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위법을 저지른 청소년을 보면 앞으로 본인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초등학교부터 성교육을 시키듯이 교육과정에서 위법에 따른 처벌이 어떤지 등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차장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정론 최창호 변호사는 “흉폭화·강력화되는 소년범을 억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엄벌이 능사는 아니다. 법 집행을 신중하게 한다. 물론 교정·교화도 어려운 문제다. 교정당국뿐만 아니라 학교, 사법 등 모든 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범법 행위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촉법소년 관련 입법 취지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있는 만큼,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해자·피해자 모두에게 일관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현행 법체계가 피해자는 두텁게 보호하는 반면 가해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가령 청소년이 성매매를 할 경우 상대가 넘어와도 청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고 상대방만 처벌을 받는 구조”라며 “청소년도 자유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 만큼,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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