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사법원 설치, 더 지체할 수 없다
국내 해사법원 설치, 더 지체할 수 없다
  • 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대표변호사
  • 승인 2022.11.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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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대표변호사
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대표변호사

[현대해양] 21대 국회의 2022년 국정감사가 최근 마무리됐고,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본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해사법원 설치와 관련된 법안들이 함께 심사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와 해운조선업계, 그리고 관련 지역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사법원에 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약 11년 전,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 해사법원의 설치 필요성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의 용역을 의뢰하면서였다. 특히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인근 울산과 경남의 조선 산업계를 포함하면 세계 1위 선박 건조량을 소화하는 지역으로 해사 분야에서 발생하는 법률 분쟁이 적지 않다. 이에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오래전부터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해사법원 도입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해운산업의 고부가가치산업 전환 위해

해사법원이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해사 분쟁을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해사법원 도입을 통해 장차 국내 해운서비스산업을 발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해운산업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체질 개선까지도 꾀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해운 물동량이나 환적화물의 규모, 그리고 선박 건조량 등 해운조선산업에서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실로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해양금융(선박금융 포함)이나 해운중개(선박중개 포함) 등과 같은 해운서비스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해운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해양금융업이나 해운중개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해사법률서비스가 필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해사전문법원의 도입을 통해 해사법률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일본은 한때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사법률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해운서비스산업 역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11개의 해양도시에 해사법원을 신속하게 도입해 해사법률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운산업의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해사법원의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고, 현 정부와 사법부도 해사법원이 하루빨리 설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해사법원의 도입이 지역이기주의의 발로로 인해 더 심도 있는 논의나 관련 법안의 심사 단계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21대 국회에는 해사법원을 도입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 되어 있긴 하나, 부산과 인천, 그리고 서울이라는 지역 유치 이슈로 인해 국회에서도 쉽게 해당 법률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질 못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의 해사 사건 처리 수가 전국 1위

해사법원은 어디에 설치해야 할까?

필자는 부산에의 설치 필요성에 대한 주요 근거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실제 부산에서 처리하는 해사 사건 건수다.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전문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에서 처리한 해사 사건의 수가 전국에서 제일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부산항이 세계적인 항만인데다가, 물동량의 규모나 해운 관련 업체의 숫자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하다. 더욱이 수상레저 및 마리나 사건으로까지 해사 사건의 수를 확대해 보면, 부산 또는 부산 인근 해안에서 발생하는 해사 사건의 수는 전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인프라와 관련된 부분이다. 부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총 8개의 연구기관과 한국해양대학교 등 6개의 교육·훈련기관, 그리고 국립해양박물관 등 기타 연계기관만 5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해사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의 아태해사중재센터, 정책적 해양금융기관인 해양진흥공사도 부산에 있다. 따라서 부산에 해사법원이 설치될 경우, 이러한 부산이 갖춘 인프라와 연계해 더욱 전문적이고 신속한 해사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부산이 해양도시로서 갖추고 있는 세계적 지위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부산은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이 발표하는 세계적 해양도시 또는 해운도시의 순위에서 항상 10위 안에 들고 있다. 이처럼 부산이 갖춘 세계적인 인지도와 지위는, 향후 해사법원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해사법원을 해외에 홍보하고 국제적인 해사 사건을 국내로 유치하는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해외의 유명한 해사법원들도 대부분 세계적인 해양도시에 위치한 것을 보면 쉽게 참고가 될 것이다.

끝으로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억제 측면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수도권 주택 부족 및 교통체증, 환경오염, 물가상승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반대로 이러한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은 소외되고 인력난과 공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충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특화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해당 지방에 관련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해사법원의 설치 이슈가 지역 간의 이권 싸움으로 계속 확대되거나 관련 법률안의 통과가 지연된다면,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해사법원을 주요 거점 해양도시마다 발 빠르게 설치하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며,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진 않을지, 해사법원 설치의 골든타임이 지나가 버리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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