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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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부산 대표변호사지난 5일 부산에서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국제해사법컨퍼런스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다른 해사법원 관련 학술회의와 달리 싱가포르와 중국의 해사법 전문석학이 참석해 해사법원의 개념과 필요성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해외 석학들은 하나 같이 부산이 해사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 공감했다. 해외 석학들까지 부산을 해사법원 설치의 최적지로 꼽고 있는데, 정작 부산시민 상당수는 여전히 해사법원에 무관심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해사법원이 우리나라에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는 해외로 유출되는 소송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목적은 해사법원의 도입을 통해 국내 해운서비스산업을 발달시키고 우리 해운산업의 체질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개선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해운 물동량이나 환적화물의 규모, 그리고 선박 건조량 등 해운산업의 하드웨어 측면은 실로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해양금융이나 해운중개와 같은 해운서비스 산업은 발달하지 못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해양금융업이나 해운중개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해사법률서비스가 필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해사전문법원의 도입을 통해 해사법률산업의 양적·질적인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이나 싱가포르 등 해운비즈니스산업의 선진국은 해사법률서비스산업과 해양금융업 그리고 해운중개업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게 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일으키며 전세계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때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1위를 유지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사법률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해운서비스산업 역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11개의 해양도시에 해사법원을 신속하게 도입해 해사법률산업을 발전시켰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해사법원의 설치 지역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이 해사법원 설치 지역으로서 최적지인 것은 분명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부산지방법원에서 처리한 해사사건의 수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수상레저 및 마리나 사건으로까지 해사사건의 수를 확대한다면 부산 또는 인근 해안에서 발생하는 해사사건의 수는 전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 인프라와 관련해서도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 울산과 경남의 조선업계를 포함하면 세계1위의 선박 건조량을 소화하는 지역이다. 세계적으로도 부산 만큼 대규모 항만과 대형 조선업계가 잘 어우러진 도시는 찾기 힘들다.

인적 자산과 관련해서도, 부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총 8개의 연구기관과 한국해양대학 등 6개의 교육·훈련기관, 국립해양박물관 등 연계기관만 5개에 이른다. 특히 해사분쟁 중재기관인 아태해사중재센터, 정책적 해양금융기관인 해양진흥공사도 부산에 있다. 따라서 부산에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인적 인프라와 연계해서 보다 더 전문적이고 신속한 해사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부산이 해양도시로서 갖추고 있는 세계적 지위도 고려해야 한다. 부산은 세계적 해운도시의 순위에서 항상 10위 안에 들고 있다. 부산이 갖고 있는 이런 세계적인 인지도는 해사법원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해사법원을 해외에 홍보하고 국제적인 해사 사건을 국내로 유치하는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끝으로 지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억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수도권 주택 부족 및 교통체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방은 소외되고 인력난과 공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사법원까지 수도권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중국이 신속하게 해사법원을 도입해 해사비지니스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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