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늘어 이혼도 늘 줄 알았는데… ‘도장’ 덜 찍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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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이미지 사진. 부산일보DB 이혼 이미지 사진. 부산일보DB


코로나19와 이혼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각에서 ‘집콕’이 늘면서 부부간 다툼이 늘어 이혼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다소 다른 양상이다.

22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부산가정법원의 협의 이혼 신청 건수는 2787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3005건), 2019년보다 18.5%(3418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부산 지역 전체 이혼은 6497건으로 2019년 6787건보다 4.3% 줄었다.


지난해 이혼 건수 10만 6500건

전년 11만여 건보다 3.9% 줄어

‘이혼 증가’ 세계적 경향과 반대

술로 인한 다툼 줄고 혼인 감소

이혼재판 차질 등 원인으로 꼽혀



이혼 감소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으로 전년도 11만 831건보다 3.9%가 줄었다. 광주는 10.7%나 줄어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도(1.6%)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연수별로는 9년 차 이하 부부(3만 8270건)는 5004건 줄고, 10~19년 차 부부(2만 6902건)는 2209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4만 1340건)는 2894건 늘었다. 전체 이혼 건수는 줄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20년 차 이상의 ‘황혼 이혼’은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이혼 감소는 ‘코로나19로 ‘집콕’이 길어지면서 이혼이 증가한다’는 세계적인 경향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지난해 3월 중국에서는 이혼 상담이 많이 늘어났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또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로나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인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높아지면서 이혼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사회적 거리 두기로 술집 등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술’로 인한 다툼이 줄어들고, 친인척 간의 접촉이 줄어든 게 국내 이혼 감소의 이유로 분석된다. 감염병으로 인한 법원의 이혼 관련 재판 차질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확진자가 법원을 방문할 경우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 부산법원은 부산구치소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형사 재판 일정을 2주간 연기하기도 했다. 이혼 소송 변호사들은 ‘외도’ 감소를 이유로 꼽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결혼 건수 감소를 한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 4000건으로 2019년 24만 건보다 10.8% 줄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 형편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인 편세린 변호사(법무법인 오성)는 “경제적인 문제가 이혼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데, 감염병 사태로 가계가 기울면서 이혼을 하고 싶어도 재산 분할을 할 게 없어 상담만 받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사회적 만남이 늘어날 경우 이혼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최재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우)는 “사람들이 대외 활동을 줄이고 사회적 교류가 급감하다 보니 이혼이 줄었지만, 앞으로 일상이 회복되면 이혼이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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