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설치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둘째,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나 해당 의료인이 요청해서 환자 등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수술실 CCTV를 촬영해야 한다. 셋째, 의료기관장은 수술실 CCTV로 촬영된 영상이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넷째, 수술실 CCTV로 촬영된 영상은 범죄수사나 법원 재판업무 필요로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경우나, 의료분쟁 조정 절차상 환자 동의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인의 동의를 받아야 제한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다섯째, 의료기관장이나 해당 의료인은 응급상황이나 전공의 수련 목적 등에 따라 특별한 경우에는 수술실 CCTV를 촬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법이 제정된 본격적 계기는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환자가 대리수술을 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었다.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민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수술실 CCTV설치법이 발의되고 입법까지 이른 것이다. 다만 이 법률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지는 다소 간의 의문이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가한 90%가 넘는 의사가 해당 법률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심지어 55% 이상의 의사가 앞으로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의협은 수술실 CCTV설치법이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 및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여러 의사단체는 수술실 CCTV설치법 시행으로 의사들이 앞으로 수술 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필자 역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만으로 수술실 내 불법 의료행위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감시와 통제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행된 수술실 CCTV설치법을 잘 준비해야 하지만, 일선 병·의원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법률이 시행되기까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으나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충분한 홍보와 준비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특히 수술실 CCTV설치법의 상세한 설치·운영기준을 제시하는 시행규칙은 올해 4월에서야 비로소 입법예고됐고, 일선 병·의원에 전달된 보건복지부의 시행지침도 법률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둔 지난 8월에서야 정부 홈페이지 등에 게재됐다. 그러다 보니 대학병원급의 대형병원을 제외한 중소 병·의원에서는 수술실 CCTV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거나, 설치를 했더라도 실제 촬영이나 운영을 하거나 촬영한 영상을 보존하고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의료계에는 수술실 CCTV설치법뿐만 아니라 더 많은 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지난 3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수 부족으로 인해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사망한 여자아이의 소식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바 있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전원하다가 사망한 소식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지방도시다. 지방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소위 돈벌이가 된다고 하는 피부나 성형 쪽 개원의는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보니, 국민이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 같다.